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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zelmacher (1969) – 파스빈더가 그려낸 침묵과 혐오의 심리극 개요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Rainer Werner Fassbinder)의 1969년 작품 Katzelmacher는 단순한 형식 속에 깊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낸 독일 뉴저먼 시네마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본 작품은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삶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외국인 노동자 '요르고스(Yorgos)'를 통해, 이방인에 대한 편견과 혐오, 그리고 인간 내면의 공허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영화의 제목 Katzelmacher는 독일 속어로 '외국 남자, 특히 남부 유럽 출신의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이미 제목부터 이 작품이 다루는 테마의 핵심을 암시한다.스크립트 전반에 걸쳐 파스빈더는 미니멀한 대사와 제한된 공간을 통해 인물 간의 관계와 갈등을 극도로 응축시킨다. 대사 대부분은 .. 2025. 4. 3.
죽음과 삶 사이, 사랑과 침묵의 언어 – 〈Hable con ella〉 개요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대표작 **《그녀에게 말해줘》(Hable con ella, 2002)**는 침묵과 소통, 의식과 무의식, 사랑과 집착, 생명과 죽음 사이의 경계를 유려하게 넘나드는 시적이고 철학적인 작품이다. 영화는 식물인간 상태의 두 여성을 돌보는 두 남성 간병인을 중심으로 펼쳐지며, 언어로는 도달할 수 없는 감정과 존재의 본질을 고요하면서도 깊게 파고든다. 알모도바르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미장센, 감정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서사, 그리고 젠더와 윤리를 둘러싼 도발적인 문제의식이 응축된 이 작품은 칸 영화제 각본상,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아카데미 각본상(비영어권 최초) 등 다수의 수상을 통해 그 예술적 깊이를 입증받았다.《그녀에게 말해줘》는 병원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배경으로, 간병인 .. 2025. 4. 2.
이상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 영화 《La Cecilia》가 보여준 자유 공동체의 역설 개요1975년 장 루이 코몰리(Jean-Louis Comolli) 감독이 연출한 **《La Cecilia》**는 실존했던 아나키스트 공동체 실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정치 드라마로, 19세기 후반 이탈리아 무정부주의자들이 브라질에 설립한 자유 공동체 ‘라 체칠리아(La Cecilia)’의 이상과 몰락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역사 재현을 넘어서, 이상주의가 실제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마주치고 충돌하는지를 극적으로 탐구한다.중심 인물인 로씨(Rossi)는 황제로부터 브라질 남부의 한 지역에 자치적인 실험 공동체를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고, 여러 동료들과 함께 이주해 유토피아 건설에 나선다. 그러나 초기의 낙관과 희망은 점차 현실적인 문제, 내부 갈등, 그리고 외부 정치 상황과 맞물리.. 2025. 4. 2.